AK120 청음기
AK120 출시 소식에 많은 분들이 멘붕(?)을 겪고 있지만 AK100을 살까말까 줄다리기를 하던 본인에게는 AK120 출시 소식이 호재인지 악재인지 잘 모를 기분이지만 어쨌든 기대가 되더군요. 그래서 청음 이벤트를 한다길래 일단 듣고 판단하기로 마음 먹고.. 마침 청음 장소도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청음이벤트에 신청을 했습니다!
23일 낮 하이파이클럽에 도착해서 보니 대형 스피커들과 비싸보이는(?) 오디오들이 즐비한 가운데 헤드폰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다른 청음샵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에 약간 놀랐습니다. 은은한 조명에 조용한 분위기, 거기에 아메리카노 커피도 내어주셔서 참 좋더군요!
뭐 사설은 이정도로하고 본격적인 청음기 시작입니다.
먼저 스펙을 보면 전작인 AK100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크기가 약간 길어진 것과 볼륨노브에 보호대(?)가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재생가능한 포맷도 같고 더 높은 샘플링레이트(384kHz라든지..)를 지원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AK100과의 차이는 성능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듀얼 DAC 채용입니다. 듀얼 DAC를 채용함으로써 크로스토크나 신호대잡음비, 왜율 등이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로 출력임피던스가 3옴으로 대폭 줄었는데 이부분은 상당히 환영할만한 발전이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특별히 듀얼 DAC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그다지 크지 않을 뿐더러 좌우 밸런스 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차라리 더 좋은 DAC를 채용하거나 디스플레이를 더 크게 한다던지 하는 쪽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2000cc에서 2600cc로 업그레이드 하는게 아닌, 새로운 모델을 출시 했으면 하는 겁니다.
아무튼 스펙이 오디오기기의 모든 것은 아니므로(?) 이정도로 접어두고 소리를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인 베이어 T1을 들어보았습니다. T1의 특징이라면 사운드 스테이지나 비교적 넓게 표현되는 공간감, 탁월한 대역밸런스 정도가 특징입니다. 그리고 T1의 임피던스는 600옴입니다. 다른 헤드폰에서 600옴이면 포터블기기로는 구동이 상당히 힘든데 반해 t1의 경우는 600옴임에도 상당히 구동이 쉬운(?) 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음. 상당히 괜찮은 소리입니다. T1의 특징이 모두 살아있는 가운데 전대역이 고르게 표현되는 느낌입니다. 볼륨은 약간 많이 먹어 AK120이 출력이 좋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습니다. AK100에 비해 3-4단계 정도 차이 인듯 합니다. AK100에 비해 다이나믹스가 약간 증가한 느낌과 뒷 배경이 정숙하게 표현되어 상당히 깔끔한 소리라고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플라시보 효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소리의 변화가 극히 미미한 느낌입니다.
그 다음으로 오디오테크니카(모델명을 모르겠네요;)를 들어 보았는데 오디오테크니카의 날라갈듯한(?) 음색과 AK120의 약간은 차가우면서 스무스한 음색이 잘 버무려져 생각보다 좋은 소리를 내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디오테크니카는 취향 밖이라 별로 들어 보지 않았는데 째즈나 여성보컬곡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나와 조금 놀랐습니다.
이어폰으로는 젠하이저 IE80과 핏이어 334를 들어 보았는데 젠하이저 같은 경우는 이어폰 답지 않게 하이엔드 적인(?) 소리가 납니다. 엄청나게 좋은 소리라는 말이 아니고(좋긴 합니다만) 음색이나 밸런스 등이 상당히 잘 표현되더군요.
핏이어는 예전에 AK100과 매칭하여 들어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괜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BA유닛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핏이어의 소리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초고해상도의 이미지를 보는것처럼 디테일이 살아있고 악기들의 위치가 정확하게 표현되고 완벽한 대역밸런스를 보여줍니다.
AK120에 매칭한 핏이어는 AK100보다 상당히 발전된(?) 소리를 들려줍니다. 다른 헤드폰에서는 그다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면 핏이어에서는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생깁니다. 일단 저역의 타격감이 약간 살아나고 배경이 정숙해져 디테일이 더욱 살아나고 사운드 스테이지에서도 약간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AK100에 비해 차가운 디지털적인 느낌이 많이 감소한 느낌입니다. AK100이 눈내리는 도시라면 AK120은 눈내리는 도시에 오리털 파카를 입은 느낌입니다.(대체 무슨 소린지;;)
이외에도 몇가지 헤드폰들을 청음 했지만 결론을 내보자면
매칭하는 헤드폰에 따라 변화가 상당히 느껴지는 헤드폰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출력임피던스나 크로스토크가 변화한 덕에 민감한 헤드폰에서는 비교적 큰 변화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배경이 정숙해져서 디테일이 살아나고 저역의 타격감이 좋아집니다.
사실 Ak100에 비교하여 두 배 이상 비싸진 가격은 ak120의 가성비를 완전히 무너트렸습니다. 절반도 안되는 값으로 거의 비슷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 가성비를 생각하는 유저들 기준에서 ak120을 구입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성비보다 절대성능비를 기준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파일들은 아주 작은 성능 향상을 위해 수백, 수천만원을 쓰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