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자전거 나들이..
도시로 보면.. 부산외곽의 양산-언양-밀양-삼랑진-양산으로 둘러싸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이곳을 영남 알프스라고도 부른다.
이중 아직 오르지 못한 곳이 세군데.. 에덴벨리, 배내고개, 그리고 도래재. 나머지는 모두 올라본 것 같다.
이곳은 경사도가 만만치 않아서 어느쪽으로 올라가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되도록이면 쉬운 방향으로 가야겠지.
8월2일 금요일.. 날씨가 해가 없는 날이고.. 오전에 약간의 비? (오히려 좋을수도) 해서 한여름에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아서 길을 나선다.
코스는 예전에 계획되어 있었고, 벼르고만 있었던.. 석남터널(석남사 위를 넘어가는 고개)과 도래재 도전 ( 에덴벨리와 배내고개는 차후 목표). 밀양댐과 배태고개를 넘어와야하지만.. 지난번에 지나왔던 길이라.. 문제 없고..
즉 아래코스가 된다.
양산 아래쪽의 물금 정수장에 주차하고 자전거를 꺼내 들고.. 지난번 코스와 마찬가지로 양산을 거쳐 언양으로 달린다.
사실 이전에 오늘 코스로 계획 출발했었는데 워낙 덥다보니.. 오르막 코스를 포기하고 평지코스인 경주로 왕복해서 다녀왔었다. 오늘은 두번째로 같은 코스로 달린다.
비가 살짝 내리는게 오히려 상큼한 느낌이다. 언양 바로전 작천정 (여기는 이근방에서 유명한 개울가..) 옆을 올라가니 개울가에 바글바글 가족단위 사람들이 양 옆으로 새까맣게 달라붙어있다. 옛날 30년전 울산에 있을때 여기로 놀러온 곳인데.. 그 당시에는 깨끗한 개울과 산이었는데 이제는 숙박시설.. 상가 음식점.. 완전 관광지가 되어 있다. 자연이란 사람이 모이지 않아야 좋은데.. 사람만 모이면.. 유흥가로 변해 버리니.. 아쉬운 느낌이..
작천청을 넘어 석남사 가는 길로 소위 영남 알프스를 향해 나간다. 주변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서.. 묘한 느낌을 준다.
분명 내리는 비는 없다.. 그런데 도로나 주위 나뭇잎이나 풀들의 모든 줄기에는 이슬처럼 물방울이 맺혀 있다.
여기서 석남 터널까지는 급경사는 없지만 그래도 8~9km 의 장거리 오르막길이다. 땀은 증발하지 못하고 그냥 몸에 젖어드는 것 같고.. 단지 대기가 서늘한 것만이 위안이 된다고나 할까.. 길게 자라 도로를 넘어온 풀이 내 다리에 쓱 닿으니.. 그냥 냉장고 물을 쓱 바르는 것처럼 시원한 느낌이 너무 상괘해서 도로의 풀을 오히려 다리에 슬슬 부딪히면서 올라가게 된다.
배내고개와 석남터널 갈림길에서 석남터널쪽으로 들어서자.. 점점 안개가 심해진다.. 경사도는 여기서부터 오히려 낮아져서 올라가는 것은 쉽게 간다.. 이게 안개가 맞나? 문득.. 이건 안개가 아니라 바로 비구름속에 들어와 있는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 이건 구름이야.. 석남터널 입구에 다다르자 시야는 불과 한 30m 정도.. 허허.. 내가 신선이 되었구나.
잠시 쉬었다가 터널을 통과하려고 한 10m 전진하자.. 갑자기 여러채의 가게들이 죽 나타난다. 허.. 한 20~30m 앞에 상가를 두고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했었구나.. 이왕 점심이나 하고가자는 심산으로 인심좋게 생긴 아주머니에게 콩국수 하나 주문을 한다. 선풍기를 하나 주는데.. 이젠 더운게 아니라.. 마치 냉동실에 들어간 것 처럼 덜덜 오한이 온다.
하긴.. 옷은 물에 빠진 생쥐꼴인데.. 구름속에 있으니.. 한기가 대단하다. 여름 피서한번 끝내주는곳으로 온 것 같다.
터널을 통과하면서.. 한가지 걱정... 이런 짙은 안개/구름속에서 내리막이 걱정이다.. 도로는 젖어있고 시계는 20~30m 에 불과하고.. 좀 신경이 쓰이겠구먼... 그런데.. 터널 반대쪽에 나오니.. 헉.. 완전 햇볕은 짱짱.. 모래알은 반짝? 어디에도 비가 온 흔적이나 젖은곳이 전혀 없다.. 어어구.. 이런 행운이.. 오르막에 한냉기온이 내리막에는 한여름이라.. 내리막은 무려 10km 정도의 길고도 신나는 코스이다. 도로가 위험한 곳이 별로 없고 급커브도 없어서.. 자전거가 너무 좋아 할 내리막 코스이다.
드디어 도래재.. 결과는 꽝.. 4km 정도의 오르막에서 마지막의 1km 정도가 경사도가 심하다. 흐리던 날씨에서 없던 태양까지 나타나니.. 전의 상실.. 더구나 앞으로 밀양댐과 배태고개도 남아있는데.. 여기는 코스출발시 처음 올라가는 고개로 해야만 가능할 것 같다. 어느정도 체력을 소모한 후에는 올라갈 수 없는 것 같다.. 1km 정도의 급경사를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반대편쪽은 경사가 더 심하다.. 내리막은 약 7km 정도를 내리 꽂는다.그런데 여기는 너무 급커브라 사실상 속도 내기에는 좋지 않다.. 내리막의 꿀맛이 전혀 없는 위험한 코스라고나 할까..
이제는 밀양댐.. 긴 오르막이긴 하나.. 별 큰 문제없는곳.. 근데 문제가 생겼다. 흘러내리는 땀이 자꾸 눈에 들어가는 데 쓰려서 자전거를 몰 수가 없을 지경이다. 자전거가 달리면 맞바람이 생기기에 땀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옆으로 흘러나간다. 그런데 여기서는 무풍에 오르막이니, 그리고 땀은 줄줄 흘러내리니.. 아무리 닦아도 2~3분을 못가서 땀이 눈으로 스며들어간다.
장갑낀 손으로 닦았더니.. 얼마 안가서 눈자위가 쓰라리기 시작하고.. 할 수 없이 땀이 눈으로 흐르면 그냥 내려서 휴지로 닦아낸다. 그러다 운 좋게 땀이 흐르는 길이 눈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면.. 한참갈 수 있고.. 아무튼 고역중 고역이다.
꼭대기에 올라.. 팥빙수 한그릇을 한 후.. 이제 마지막 배태고개로 나간다.
이제는 만사 귀찮아 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내가 왜 이럴까? 미친놈이지.. 그러면서.. 참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동물이야 나라는 인간은.. 시원한 곳에 뒹굴거리면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불볕더위에 못나와서 안달복달하다가... 나와서는 어떻게든 돌아갈려고 악전고투하고 있고.. 마치 자전거 라이딩이 무슨 의무처럼 꼭 해야되는 것인 양..
배태고개를 오르면.. 한 200m 정도 경사도가 좀 있는 부분이 있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여기를 지나면 그다음은 경사도가 쉽다. 그 부분에 오자.. 서슴없이 그냥 내린다.. 그곳을 지난후 슬슬 소풍기분으로 고개 정상으로 올라온다. 이 나이에 무리하지 말자.. 핑계가 그럴듯 하다. 이제는 또 장거리 내리막길.. 여기도 무려 10km 를 바람같이 달리게 된다. 원동을 통해 낙동강변으로 나오니 오늘도 무사히 라는 마음이 절로든다..
이제는 그냥 평지야.. 물금으로 가자.. 평지가 이렇게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가?
그런데 막상 고개없는 평지만의 코스를 가보면.. 힘든것은 똑같은 것 같다.. 평지에서는 또 스피드를 어느정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오르막은 스피드에 대한 생각은 필요없으니까.. 올라갈 수 있으냐 없느냐의 문제뿐이기에..
도래재는 날씨가 선선해지면.. 밀양에서 출발 도래재를 첫 고개로 넘는 코스로 다시 도전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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