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정말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 조그만 스피커에서 도대체 어떤 소리가 나오길래 그렇게 호들갑인지, 그리고 도대체 어떤 감동을 선사하길래 이런 가격대가 매겨졌는지... 일본 키소 어쿠스틱(Kiso Acoustic)의 2웨이 북쉘프 스피커 HB-X1 얘기입니다. 일본 오디오잡지 스테레오사운드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음악을 리얼한 질감으로 생생하게 재현하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독특한 소형 시스템”(2009년 가을호. HB1) “스피커 설계의 상식을 뒤엎은 소형시스템. 아름답고 낭랑하게 울린다.”(2010년 봄호. HB1) “커다란 퀼리티 향상. 더욱 잘 노래하게 된 소형 모델.”(2014년 봄호. HB-X1) “유닛과 인클로저가 혼연일체가 되었을 때 비로소 완결되는 현악기처럼 조화잡힌 아름다운 울림.”(2014년 여름호. HB-X1) 잡지를 넘기다 처음 이 문구들을 봤을 때는 그냥 지나쳤습니다. 칭찬도 정도껏 해야지, 이 정도면 거의 ...

홍콩 영화 <무간도>를 보다 보면, 오디오파일들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장면이 나온다. 오디오샵 주인 양조위가 손님 유덕화에게 진공관앰프 소리를 들려주면서 고가의 케이블을 연결해놓고 다소 오만한 전문용어들을 날리면서 유덕화의 표정을 살피는데, 잠시 듣던 유덕화는 매장에 있던 다른 케이블을 가져와서는 바꿔서 들어보자고 한다. 다음 순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양조위에게 유덕화는 말한다. ‘옛날 노래에는 이 케이블이 더 좋다’고… 양조위의 그 넋 나간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데, 주변의 오디오파일들에게서 유사한 표정을 마주칠 때면 <무간도>의 양조위가 떠오르곤 한다. 굳이 하이엔드 오디오파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리고 고급의 케이블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 하더라도, 음악듣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로 다른 케이블의 사용은 오디오 기기의 소리를 다르게 들리게 한다는 건 이미 일반화된 내용으로 보인다. 단지 그 가격에 대한 효...

블루 호라이즌(Blue Horizon)의 ‘프로 번(Pro Burn)’ 리뷰 요청을 받고 한동안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케이블 번인 혹은 컨디셔닝 가속기로 알려진 이 액세서리를 과연 제대로 리뷰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던 탓입니다. 케이블과 케이블 번인의 세계가 워낙 심오하고 주관적인데다, 이번 프로 번의 경우는 리뷰 방법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대개 오디오 리뷰는 기존 오디오(A)-리뷰용 오디오(B)-기존 오디오(A), 즉 A-B-A 순으로 리뷰가 진행돼야 혹시나 있을 ‘플라시보 효과’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 작은 평수에서 큰 평수를 가서 살다가 다시 작은 평수로 이사를 가봐야 그때 큰 평수가 좋았구나, 절절하게 느낀다는 얘기입니다. 작은 평수로 다시 이사를 갔는데도 별무신통이라면, 그 큰 평수 아파트가 별 볼 일 없었다는 거죠. 그런데 이 프로 번은 외통길입니다. 제작사 권장사항 그대로, 스피커케이블, 밸런스 인터케이블, 언...

스코틀랜드 독립 찬반투표가 일단락되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영국 내외로부터의 시선들이 공존하겠지만, 종종 그렇듯이 독립을 원하는 45%의 국민들이 살고있다는 강한 메시지의 전달만으로도 전세계를 향한 스코틀랜드에 대한 환기 효과는 충분했다는 생각이다. 북아일랜드를 제외하면 영국은 본토면적이 우리나라의 남북한을 합친 정도의, 절대로 큰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토안에서는 마치 과거 대영제국 전체를 축소시켜 놓은 듯한 다양한 특성들이 혼합되어 있다. 대중음악의 관점에서만 보아도 영국내에서의 지역별 특성은 꽤나 강하고 분명하게 나타난다. 스코틀랜드만 해도 글래스고우를 중심으로 한 트래비스나 벨 앤 세바스찬에서부터 프란츠 퍼디난드, 스노우 패트롤까지 이어지는 ‘스코틀랜드 사운드’ 그룹이 형성되어 있고, 조이 디비전과 뉴오더에서 기원하는 맨체스터 사운드의 거대한 계보는 스톤 로지스를 넘어 오아시스로 세계화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블루스 록과 펑크의 성지였...

2009년, 네 명의 엔지니어가 명문 골드문트를 나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다. 스위스라는 곳은 정밀 가공이 특징이라, 오디오 하면 대개 소스나 앰프쪽을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 스피커쪽에 집중한 덴마크와 그런 점에서 많이 차별화된다. 그런데 이들이 지향한 것은 스피커였다. 그것도 금속제 인클로저를 사용해서 최상의 퀄리티를 추구한 제품. 이래서 스텐하임이 창업되었고,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업계에서 인정을 받기에 이른다.참고로 이 네 명중에 장-루프 아프레느는 CEO를 맡고, 전체 프로덕션을 총괄했다. 반면 안트완 페트로프는 R&D 중심으로 음향쪽을 전적으로 책임졌다. 이미 안트완은 골드문트 시절 텔로스 5000에도 관여한 앰프 전문가다. 그러나 스피커 역시 대단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워낙 출중한 네 명의 모임인지라, 주변에서 많은 의뢰가 들어왔다. 덕분에 스텐하임의 개발뿐 아니라, 몇몇 회사의 앰프며 디지털 관련 기술을 컨설팅하며 회사를 운영해...

앱솔루트 사운드, 오디오홀릭, 홈 씨어터 색, 스테레오 프리스티지 리뷰, 오디오 엑스프레스(Xpress) ... 이 잡지들의 공통점이 뭘까? 물론 미국에서 통용되는 오디오 전문지라는 점만 빼면, 바로 한 가지가 나온다. 바로 이번 리뷰의 주인공에게 “올해의 제품” 내지는 “에디터 초이스”라는 대상을 안긴 잡지들이라는 점이다. 왜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겠다. 만일 여러분들이 저녁에 뭔가를 먹기 위해 두 개의 식당을 두고 고민하다고 치자. 하나는 인테리어도 허술하고, 아줌마의 접객 태도도 불량하지만 맛 하나는 끝내주는 A라는 곳이고, 또 하나는 최고급 인테리어에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지만 내용은 그저 그런, 겉만 요란한 B라는 곳이 있다고 하자. 과연 어디를 택할 것인가? 참고로 A는 B의 절반 가격도 안된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가 하면, 이번에 만난 레거시(Legacy)의 포커스 SE(Focus SE)라는 스피커는...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카트리지(스타일러스)로 물리적으로 긁어낸 정보를 증폭해서 재생한다는 기본 원리에 아날로그 재생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한 아날로그 테크놀로지는 이미 1970년대에 이르러 기술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이후 기계적 편차를 줄이고 새로운 재질의 부품 투입을 통해서 소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근본 테크놀로지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새로운 그 무엇이 등장할 여지는 없는 것 같다. 한편 소리를 듣는 인간의 감성은 날로 발전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등장한 이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LP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CD라는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가 등장했는데, 이젠 디지털 기술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이 아날로그 부활이라는 결과로 표출되고 있다. 좀 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존재하고, 기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만족하면서 그 자리에 서있는 법이 없다. 근본적인 기술적 프레임...

흔히 진공관 앰프라고 하면, 출력관부터 따진다. 무슨 관을 썼냐, 어느 회사 제품을 썼냐, 얼마짜리 관을 투입했냐 ... 등등, 이 부분부터 파악한다. 사실 이것은 상식에 속하지만, 역으로 얼마나 빨리 선입견에 빠질 수 있냐, 라는 말도 된다. 진공관 파워 앰프를 만날 때, 우리가 흔히 범하는 실수다.반대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에 대해 언급할 때, 어떤 TR을 썼냐 따지는 분은 극히 드물다. 그게 바이폴라던 FET던, FET도 MOS-FET인지 혹은 J-FET인지 별로 따지지 않는다. 물론 TR의 경우, 진공관의 출력관만큼이나 이런 소자가 음질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 그래도 기본 성격이란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진공관에서 출력관은 무척 중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상당히 바뀐 상태다. 만일 블라인드 테스트로 한다면, 노련한 애호가라고 해도 알아맞히기 힘들어졌다. 300B가 KT88 소리를 내고, 6550이 2A3 음을 낸다. 내 귀가...

PC통신 동호회 시절은 수많은 이슈들의 산실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수를 위한 성과로 이어지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커뮤니티 문화가 익숙치 않던 시절의 다양한 시선 속에서 감정과 호기 가득한 자제되지 않는 메시지들은 종종 OK 목장의 결투로 확장되었고 결투의 패자는 ‘마을’에서 사라지곤 했다. 온라인상의 대중들은 익명성에 힘입어 잔인하리만치 무책임할 때가 있다. 남이 새로 산 장비에 영혼 없는 칭송을 아끼지 않다가도, 정작 그가 토론의 당사자가 되면 격투기를 구경하는 링 밖의 군중들처럼 무대 위에서 피가 터지고 드라마틱하게 쓰러질 것을 기대하며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결구도의 문화는 한 세대 가까이 지나서도 여전해서 24인용 군용 텐트를 혼자서 세우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국내 대학교에서의 강연시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인들은 토론에 굶주려 있다’고… 민주주의의 방식에 익숙치 않은 채 급속히...

케이블에 관련해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이것은 메이커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케이블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스피커쪽으로 말하면, 어떤 이론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상관이 없다. 그냥 소리만 좋으면 된다, 라는 태도다. 단, 제일 먼저 스피커 케이블에 시선을 둔다. 하긴 가장 직접적으로 스피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반면 앰프 메이커들은 케이블에 좀 적대적이다. 기본적으로 다 앰프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괜히 케이블이 나선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기는 이렇게 수많은 부품과 지난한 제조 과정으로 고생하는데, 그에 비하면 케이블은 거저 먹는 게 아니냐 화를 내기도 한다. 이쪽 입장에서 보면 또 그럴 만도 하다. 한편 소스쪽은 어떨까? 워낙 민감한 신호를 다루다 보니, 적어도 파워 코드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이를테면 스튜디오를 보자. 이들이 제일 중요시 여기는 것은 워드 클록이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수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