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회 시청회 후기 톱클래스 디지털 엔지니어의 역작, 바이스 DAC502

홈 > 이매거진 >

273회 시청회 후기
톱클래스 디지털 엔지니어의 역작, 바이스 DAC502

오디오 업계에는 거의 누구나 그 실력과 업적을 인정하는 3명의 디지털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플레이백 디자인스와 AK디자인의 안드레아스 코흐(Andreas Koch), EMM랩스와 마이트너를 이끄는 에드 마이트너(Ed Meitner), 그리고 바이스의 다니엘 바이스(Daniel Weiss)입니다.

이들 중 다니엘 바이스는 1990년대에 바이스 갬빗(Weiss Gambit) 시리즈로 마스터링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2000년대에는 Medea DAC과 Jason CD 트랜스포트로 홈 오디오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20대 때 이미 스튜더/레복스에서 샘플링 주파수 변환 및 디지털 레코더의 DSP 설계를 도맡은 그입니다.

273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는 바이스 엔지니어링(Weiss Engineering)의 DSP DAC 겸 네트워크 렌더러 DAC502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하이파이클럽이 주최한 2019 서울국제오디오쇼에서 첫선을 보인 따끈따끈한 신제품입니다.

과연 다니엘 바이스가 이 제품을 통해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어떤 음일까요. 그리고 디지털 엔지니어링의 대가가 설계한 DSP는 얼마나 강력할까요. 이번 시청회는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바이스와 다니엘 바이스

바이스라는 제작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바이스 엔지니어링은 다니엘 바이스가 1985년 스위스 우스터(Uster)에 설립했습니다. 1979년 스위스 기술 전문 교육기관 HTL 라퍼스빌을 졸업한 다니엘 바이스는 졸업과 동시에 스튜더/레복스(Studer Revox)에 입사, 5년 동안 하드웨어 디자인과 PCB 레이아웃, DSP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이때부터 샘플링 주파수 변환 및 디지털 레코더의 DSP 설계를 도맡았습니다.

IBIS Digital Mixing Consoled Based on the 102 Series System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 이후에는 주로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디지털 오디오 장비를 납품했습니다. 첫 제품이었던 24bit/96kHz 사양의 102시리즈는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 중입니다. 모듈 타입의 102시리즈는 미국 뉴욕 소니뮤직의 IBIS 디지털 믹싱 콘솔에 투입됐고, 소니는 이 IBIS로 클래식 음악 레코딩의 믹싱작업을 했습니다.

WEISS Gambit Series equipment

1990년대에는 바이스 갬빗(Weiss Gambit) 시리즈가 론칭했습니다. 갬빗 시리즈는 이퀄라이저, 다이내믹스 프로세서, 디노이저/디클릭커(De-Noiser/De-Clicker), AD 컨버터, DA 컨버터, 샘플링 주파수 컨버터를 한곳에 모은 제품인데, 40bit 연산과 96kHz 샘플링 등으로 중무장한 갬빗 시리즈를 통해 바이스는 마스터링 업계에서 선도업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WEISS Jason CD Transport

바이스가 하이엔드/하이파이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0년부터입니다. Medea DAC과 Jason CD 트랜스포트가 홈 오디오용으로 출시된 바이스의 첫 제품이었고, 이후 파이어와이어 DAC DAC202, 파이어와이어 인터페이스 INT202, INT203이 출시됐습니다. 시청회 주인공인 DAC502는 2017년에 출시됐습니다. 참고로, 올해 2월 외국 매체와 가진 다니엘 바이스의 인터뷰를 보니 이제 바이스의 메인은 홈 오디오 쪽이며, 파이어와이어 입력을 한때 고집한 것은 USB보다 좀 더 프로페셔널한 포맷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DAC502 기본 팩트 체크

DAC502는 동생 모델 DAC501과 함께 지난 2017년 7월 출시됐습니다. 바이스에서 규정한 이들의 아이덴티티는 ‘DSP DAC 겸 네트워크 렌더러’입니다. 이미 30년 이상 디지털 오디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바이스답게 강력한 DSP를 갖춘 DAC이자 이더넷 입력을 통한 UPnP/DLNA 렌더러라는 뜻이죠. 더욱이 헤드폰 출력까지 됩니다. DAC으로서 스펙은 PCM은 24bit/384kHz, DSD는 DSD128(5.6MHz)까지 지원합니다.

DAC501과 차이는 섀시 사이즈와 후면에 4핀 밸런스 헤드폰 출력단자를 추가로 갖췄다는 점뿐입니다. 네트워크 렌더러로서 룬(Roon) 레디 여부와 MQA 디코더 장착 여부도 궁금했는데, 이는 아직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바이스에서 룬 레디를 위한 소프트웨어 작업 중이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기대할 만합니다.

전면은 파워 온ㆍ오프와 입력선택을 겸한 로터리 노브와 LCD 표시창, 언밸런스 헤드폰 출력단자 구성입니다. 섀시는 스테인리스 스틸이고, 전면은 두께 10mm 솔리드 알루미늄 재질입니다. 후면은 왼쪽부터 AC 인렛단자, 디지털 입력단자(AES/EBU, S/PDIF, 광, USB-A, USB-B, 이더넷단자), 아날로그 출력단자(XLR, RCA), 4핀 밸런스 헤드폰 출력단자 순입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출력전압을 4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기능이 있으면 뒷단(프리앰프, 인티앰프)과의 매칭에서 아주 유용하죠. XLR 출력시에는 8.15Vrms, 4.15Vrms, 2.12Vrms, 1.06Vrms, RCA 출력시에는 4.08Vrms, 2.08Vrms, 1.06Vrms, 0.53Vrms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헤드폰 출력은 언밸런스/밸런스 모두 100Ω 이상 헤드폰에는 5.2Vrms, 50Ω 이상에는 2.7Vrms, 16Ω 이상에는 0.9Vrms, 4Ω 이상에는 0.2Vrms 출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매칭 기기 및 첫 곡 인상

DAC502와 매칭한 기기는 오렌더(Aurender)의 네트워크 뮤직서버 W20, 일렉트로콤파니에(Electrocompaniet)의 프리앰프 EC4.8과 스테레오 파워앰프 AW250R, B&W의 802D3 스피커입니다.

일렉트로콤파니에는 1973년 페르 아브라함센과 스베인 에릭 뵈르야가 노르웨이 오슬로에 설립한 오디오 제작사로, 마이클 잭슨의 ‘History’ 앨범 크레딧에 이 회사 이름이 들어가 일약 유명해졌습니다. 이는 레코딩 엔지니어 브루스 스웨디언이 녹음작업에서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프리앰프 EC4.8은 전원부까지 듀얼 모노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며, 이 덕분에 채널 분리도가 무려 120dB 이상을 보입니다. 밸런스 입력 2조, 언밸런스 입력 3조, 밸런스 출력 1조, 레코드 출력 1조 등 풍부한 입출력 단도 눈길을 끄네요. 이밖에 볼륨이 게인(-111dB~8dB) 조절 방식인 점과, 주파수응답특성이 0.5Hz~200kHz에 걸쳐 플랫한 점이 돋보입니다. 입출력 임피던스는 보통 수준인 48KΩ과 100Ω을 보입니다.

스테레오 파워앰프 AW250R은 8Ω에서 250W, 4Ω에서 380W, 2Ω에서 625W를 뿜어냅니다. 비록 스피커 임피던스 변화에 선형적인 출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1Ω에서도 1100W를 내주는 점이 대단합니다. 이 회사에서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라고 명명한 전원부에서 보통 앰프 전원부의 2배에 달하는 강력한 전류를 공급해준 덕분입니다. 실제로 최대 피크 전류는 무려 100A에 달합니다. 이밖에 출력 임피던스가 0.008Ω에 그치는 점, 왜율이 0.001%에 그치는 점도 파워앰프로서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Oscar Peterson Trio - You Look Good To Me

We Get Requests

DAC502의 첫인상은 음의 입자가 무척 곱다는 것과 악기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해상력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베이스 연주자가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까지 남김없이 들려주더군요. 이는 전체 시스템의 노이즈 관리 능력이 그만큼 좋았던 덕분이기도 하겠죠. 어쨌든 음 끝이 딱딱하거나 억세지 않고 무척 나긋나긋한 점이 청감상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가상의 사운드스테이지 가운데에 피아노가 자리를 잡고서는 편안하게 음들을 풀어내 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피아노의 볼륨감도 잘 느껴집니다. 이밖에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점도 눈길을 끄는데, 이는 소스기기로서 DAC502의 공이 가장 크다 하겠습니다. 잘 아시는 대로 DAC 성능을 재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바로 다이내믹 레인지이기 때문입니다.

DAC502 설계디자인 및 본격 시청

DAC502의 설계 디자인 핵심은 1) 멀티비트 오버 샘플링 델타 시그마 DAC 칩을 채널당 1개씩 사용, 2) DA 변환에 클럭 샘플링 주파수 195kHz를 사용, 3) 컨버팅 및 전원부를 듀얼모노로 설계, 4) 리니어 전원부 및 2개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좌/우 채널) 사용, 5) 그리고 전용 칩을 통한 강력한 DSP 기능 탑재입니다.

DAC 칩의 경우, 바이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제작사 제품을 쓰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최신 32bit 연산 칩’을 채널당 1개씩 투입했다고 합니다. FPGA 방식이 아닌 기성 델타 시그마 칩을 사용하는 점이 의외라면 의외입니다. 더욱이 에드 마이트너의 마이트너나 안드레아스 코흐의 AK 디자인처럼 ‘DSD 변환’ 과정을 거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칩셋을 컨트롤하는 클럭은 고정밀, 로우 지터 사양으로 샘플링 주파수가 192kHz나 176kHz가 아닌 195kHz로 설정된 점이 눈길을 끕니다. 44.1kHz~384kHz PCM과 DSD64(2.8MHz), DSD128(5.6MHz) 모든 입력 신호가 195kHz 클럭 명령을 따르는 셈인데, 수백 번의 테스트 결과 195kHz일 때가 최적의 음질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mi Fujita Desperado

Best Audiophile Voices II

여성 보컬 곡을 들어보면, 중역대는 촉촉하고 세밀하게 묘사되며 고역은 시원하게 뻗습니다. 그녀가 바로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들숨에 쑥 빨려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반주 악기들의 음수도 엄청나게 많은 느낌인데, 특히 피아노 왼손 터치의 해상력이 대단합니다. 전체적으로 정보량이 많고 기름기가 싹 가신 소리입니다. 깨끗하고 투명한 음, 호흡과 기척까지 느껴지는 음입니다.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지만, DAC502는 입자가 곱고 음색이 진한 DAC인 것 같습니다. 고역이 쏘거나 강하지 않습니다.

Herbert Von Karajan, Berliner Philharmoniker - Ouverture Egmont

Beethoven Symphonie No.3 & Ouverture Egmont

대편성곡에서는 저역의 해상력과 함께 양감, 밀도감, 두께감이 잘 전해집니다. 악기들의 디테일한 연주도 세세하게 느껴집니다. 음의 강약과 템포의 완급이 자연스러운, 그야말로 음악성이 높은 DAC이라 할 만합니다. 디지털 대가가 작정하고 DAC을 만들면 이 정도로 표정이 풍부한 음이 나오는 것인가 싶습니다. 한마디로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DAC이라 할 만합니다. 또한 곡의 어느 대목에서도 자신만의 스탠스를 놓치지 않는 모습도 대단합니다. 음의 표면은 부드럽기 짝이 없지만 심지는 아주 단단하게 느껴진 이유입니다.

Norah Jones - Come Away With Me

Come Away with Me

2부 첫 곡으로 들은 이 곡은 즉석에서 PCM과 DSD 음원을 맞비교해서 들어봤습니다. 먼저 24bit, 192kHz PCM 음원으로 들어보면 정보량이 많고 에너지가 가득한 음인 것이 확연합니다. 발음이 분명하고 해상력이 높지만 약간 드센 느낌이 드는 것, 음이 약간 앞으로 포워딩해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색채가 진하고, 드럼 심벌 소리가 무대 뒤에서 잘 깔립니다. 이어 DSD64 음원으로 들어보면 음압이 솟구치고 보다 디테일한 재생음이 펼쳐집니다. PCM에서는 그냥 지나쳤던 그녀 입술이 내는 파찰음도 더 잘 관찰됩니다. 기본적으로 음수가 더 많고, 감촉이 더 보드랍습니다.

DAC502 DSP 테스트

회사 설립 때부터 DSP로 유명했던 바이스인 만큼 DAC502의 DSP 기능이 얼마나 풍부한지 간략히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일단 DSP는 다니엘 바이스가 FPGA로 설계한 내장 칩셋이 전담합니다. DSP 기능과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DAC502와 동일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웹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하는데, 시청회에서는 아이패드의 크롬 브라우저에 ‘http://' 없이 DAC502 IP 주소를 입력하니, ‘DAC502 web interface’ 창이 열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이스가 말한 DSP 세팅 웹 브라우저입니다.

이 웹 브라우저로 건드릴 수 있는 항목은 꽤 많았습니다. 크게 보면 1) 볼륨, 2) 좌우 밸런스, 3) 입력모드, 4) 출력레벨, 5) DSP 플러그인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핵심인 DSP 플러그인은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다양했고 그 설정값에 따라 소리가 확확 바뀌어 깜짝 놀랐습니다. 시청회 전 사전 테스트를 해보니, 바이닐(Vinyl) 설정을 활성화하면 음이 확실히 더 부드러워지고 자극적인 맛이 완화됐습니다. 이를 바이패스하자 체감상 해상력과 이미징이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arol Kidd - When I Dream

BEST AUDIOPHILE VOCES

바이닐 설정을 끈 상태, 즉 바이패스한 상태에서 들어보면 음이 메마르지 않고 싱싱하게 살아있습니다. 배음도 많이 들리고 디테일이 가득한 음입니다. 이미 아날로그적인 촉감이 상당한 상태입니다. 바이닐 설정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다시 들어보면, 기타의 배음이 더 잘 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이 좀 전보다 두꺼워진 점, 보컬이 좀 더 돋보이는 점도 두드러진 변화입니다. 결국 바이닐 DSP는 다니엘 바이스라는 디지털 엔지니어가 파악한 아날로그 음의 감촉이라 하겠습니다. 고역대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 CD를 비롯한 디지털 음원의 단점인데 이를 바이닐 DSP로 만회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이밖에 DAC502의 DSP 플러그인으로 건드릴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EQ. 바이스에서는 ‘Multi-Band Parametric Equalizer’라고 설명하는데, 총 3개 밴드에 걸쳐 ‘Bypass, Low Shelf, Low Cut, Peak, High Shelf, High Cut’을 각각 선택할 수 있습니다. 2) XTC. 좌우채널 간섭, 즉 크로스토크(crosstalk)를 캔슬링하는 기능입니다. ‘Distance Speakers, Distance Listener, Head Width, Attenuation BP, Attenuation HP’가 마련됐습니다. 3) 룸(Room) EQ. 말 그대로 룸 음향 값을 보정하는 DSP로 5개 밴드별로 ‘Type, Channel, Frequency, Gain, Q’ 값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5) 다이내믹스(Dynamics). 재생음의 에너지감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시청회 시간관계상 다양한 DSP 기능을 꼼꼼히 테스트해보지는 못했지만 바이스 DAC502는 프로 장비에서 쓰일 법한 강력한 DSP를 갖춘 DAC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디지털 엔지니어링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대가가 작정하고 DAC을 만들면 이렇게나 곱고 밸런스가 좋은 음이 나온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UPnP 네트워크 렌더러로도 쓸 수 있고, 앞으로 룬도 지원한다고 하니 확장성까지 갖춘 팔방미인 DAC이라 하겠습니다.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