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1월말에서 2월초까지 뉴욕과 런던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그 전에는 CES 관계로 라스베이거스와 LA에 머문 적이 있으므로, 이래저래 한 달 반 정도 외국에서 체류한 셈이 된다. 이 기간에 거의 지구 두 바퀴에 해당하는 여행을 한 것이다. 덕분에 시차라던가 음식 등 곤란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나,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아무튼 뉴욕의 물가는 대단해서, LA의 두 배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가 LA와 비슷한 물가라 치면, 뉴욕이 두 배인 셈이다. 이후 런던에 가보니, 뭘 집던 가격표에 쓰인 앞의 숫자는 동일한데, 뒤의 표시가 달랐다. 달러에서 파운드화로 바뀐 것이다. 다시 말해, 런던이 뉴욕의 두 배쯤 또 비싼 것이다. 참, 세상은 넓지만, 물가 또한 대단하구나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런던에서 여러 여행객들을 만나보니 런던도 한 숨을 내쉴 만큼 비싼 곳이 있다고 했다. 북구와 스위...

‘Tweak’이란 것, 필자는 신뢰하지 않는다. 오디오 기기 밑에 받침대나 인슐레이터 등을 깔면 음질은 분명히 변한다. 종이 한 장을 깔아도 변한다는 말이 허풍만은 아님은 인정한다. 하지만 항상 무엇인가 얻게 되면 무엇인가를 잃게 된다. 제로섬 게임 같다고나 할까? 이것을 쓰면 해상도가 몰라보게 증가한다지만 본래의 무대 깊이가 사라진다든지, 저역의 임팩트가 강해진다고는 하지만 중고역의 촉감이 감해지는 것이 많다. 변화의 폭이 클수록 시장에서는 획기적인 제품이라 하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많다. 그래서 필자는 아예 외면을 하는 편이다. 흡음재를 대거 투입하고 음향 튜닝 용품으로 방을 도배하고 이것저것 달고 있다가 어느 순간 모두 치워버렸더니 차라리 그게 나았다는 어느 지인의 말처럼, 트윅을 사용하면서 잃은 것을 보완하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것을 달아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만드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변화에 혹하여, 자기기인(自欺欺人)이란 ...

한동안 스쿠버 다이버들이 사용함직한 시계들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숫자로 시간을 표시하는 그 시계는 두툼하고 울퉁불퉁한 외모에 스톱워치에서 수압계까지 안 들어 있는 기능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도움을 주기 때문에 비단 잠수를 하지 않더라도 그 시계가 주는 남성적 이미지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사용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지금도 가끔 착용하는 사람을 본 일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시계를 사용해 본적이 없다. 장난감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이상한 일이다. 어쩌다 출장 중에 공항 면세점에서 한번 쯤 사봄직도 하건만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구태의연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다. 시계는 바늘이 뺑글뺑글 돌아가야 하고, 가급적이면 쿼츠가 아니고 기계식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자동차는 옆에서 보았을 때 모자처럼 생긴 세단이어야 한다는 것도 있다. 구두는 앞에서 끈을 맬

근래 선보인 수많은 신생 브랜드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업체 중에 하나가 어쿠스틱 플랜이다. 인티 앰프를 시작으로 작년부터 제품을 선보이면서, 작고 알찬 소리로 점점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동사의 모든 제품이 그렇듯 진한 코발트블루의 전면에 레터링 하나 없이 깔끔한 모습으로 선보인다. 이 회사 제품을 몇 차례 리뷰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제작자가 분명 결벽증 환자일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지극히 깔끔한 설계와 디자인. 사실, 앰프류의 전원부에 새겨진 ‘Acoustic Plan’이란 글자도 일본 수입 업체의 요구로 마지못해 새겨 넣은 것이라고 들었다. PhonoMaster 역시 이 같은 디자인을 이어 받았고, 굳이 어느 회사 제품인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적 특색이 있다. 앰프와 마찬가지로 진공관과 TR을 혼합하여 사용하고, OEM이 마음에 차지 않아 직접 제작했다는 정교한 새시 역시 가공 상태의 완벽함을 보여준다. ...

필자가 지난해부터 해온 리뷰 제품들을 회자해보건대 하이브리드형 제품들이 이제는 새로운 제품군으로 자리를 잡은 듯싶다. 이미 성능과 제품 콘셉트가 뛰어난 인상적인 앰프들이 많이 등장하였고, 하이브리드의 정의 또한 광범위해진 만큼 많은 브랜드의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진공관과 TR의 만남에서 출발하였지만, 지금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을 통해 한 단계 진보된 성능과 프리, 파워, 인티 앰프, 소스 기기를 구분하지 않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도 2006년 이후로 의뢰 받은 리뷰 제품 중 절반 이상이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한 제품들인데, 하이파이클럽을 통해서도 DK의 VS-1 Refereace MKⅢ 하이브리드 앰프를 리뷰한 적이 있다. 10여년 전 카운터포인트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방식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을 더듬어 보면 지금의 성장은 상상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예전처럼 TR...

필자가 방문해본 도시 중에 제일 인상적인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단연 로마라고 대답하겠다. 그중에도 포로 로마노 지역은 여태껏 가본 곳 중에 압권에 속한다. 콜로세움을 구경하고, 콘스탄티누스의 개선문을 지나 팔라티노 언덕을 오르다 보면 밑에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는 유적이 바로 포로 로마노다. 사실 포로 로마노는 로마 시대의 중심지로, 시조 로물루스의 묘가 있는가 하면, 시저가 브루투스 일파에 암살당한 원로원 건물이 있는 등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그런데 팔라티노 언덕에서 내려다본 포로 로마노도 장관이지만, 그 주위를 겹겹이 둘러싸고 펼쳐진 로마 시내의 풍경이라니! 마치 고대 로마 시대에라도 온 듯, 최소 1천년 이상 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웅장하게 버티면서 멋진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데,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십여 분 얼어붙었던 것 같다. 이게 바로 로마구나, 한숨이 절로 나왔던 것이다. ...

니트(Neat) 어쿠스틱스의 '니트'는 말쑥한, 청결한, 솜씨 좋은, 멋진 등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 이런 네이밍에 걸맞게 그 사운드 역시 사이즈에 걸맞지 않은 스케일과 밸런스, 해상력 등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MFS는 필자가 여러 번 평을 쓴 모델이기도 해서 특히 인연이 깊다 하겠다. 참고로 니트의 본사가 위치한 곳은 영국 북부의 티즈데일(Teesdale)이다. 인근에 이 동국이 뛰고 있는 미들즈브러가 있고, 그 위로 조진호의 입단이 불발된 뉴캐슬이 있다. 아무래도 런던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잉글랜드의 구조상,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인상이지만, 어디 영국의 역사와 전통이 하루아침에 이뤄졌을까? 이 지역의 문화적 배경과 깊이를 파고들면, 과연 영국이라 할 만큼 놀랍기만 하다. 여기서 니트의 두 주역인 밥 서저너(Bob Surgeoner)와 폴 라이더(Paul Ryder)에 대해 ...

내기를 해도 좋다. 필자는 확신한다. 자칭이건 타칭이건 1990년대부터 오디오 애호가라면 반드시 서덜랜드라는 사람의 이름을 들어 보았다는 것을. 찬성하는 분들은 필자 편에,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분들은 필자의 반대편에 서시라. 그러면 어느 쪽이 많을까? 서덜랜드라는 브랜드는 90년대 초중반 잠깐 화려하게 반짝였다가 사라졌으니 분명히 무심코 지나친 애호가들도 꽤 있을 수 있다. 더구나 필자가 과격하게 모든 애호가들 어쩌구저쩌구 했으니, 아마도 필자의 반대편에 줄을 선 애호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분명히 이겼다. 왜냐고? 내기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 보자. 오래된 오디오 애호가 중 마틴 로간이라는 정전형 스피커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이렇게 바꾼다면 필자의 반대편에 줄을 서는 애호가들은 아마 한명도 없을 것이다. 1990년대의 애호가 중에서 마틴 로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오디오계에서 분명 간첩일 테니...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끝까지 레드북 CD를 고수하던 와디아가 드디어 SACD 플레이어를 만들었다. 소스 기기의 강자로서 와디아가 가지는 절대적인 브랜드 파워를 볼 때, SACD가 적용된 첫 플레이어라는 것은 꽤나 화제가 될 만한 일이다. 동사는 1988년 3M의 통신 관련 기술자들이 모여 만든 회사로, 오디오적인 접근이 아닌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접목시켜 접근하였고, 처녀작인 걸로 기억되는 와디아 2000 DAC(당시 정확한 명칭은 디코딩 컴퓨터였다)를 출시한다. 이후 티악(에소테릭)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CDP를 출시한다. 항상 디지털 기술의 첨병에서 CD 플레이어 시장을 선도해왔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만드는 것마다 같은 가격대에서 최고의 상품이었고, 필자의 첫 CDP 역시 와디아였다. 850과 860 이후, 861 같은 변형 모델을 만들기는 했지만 비교적 오랜 침묵기를 거쳐 내놓은 작품이 581이다. ...

얼마 전 디지털 AV 쇼에서 보우(Bow)를 수입하는 젠오디오 부스에 잠시 들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보우를 위한 방문은 아니었지만, ZZ-8과의 첫 만남이 마치 인연처럼 이루어졌고 쇼 당시 좋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으로 보우 테크놀로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 뒤 ZZ-8의 리뷰 의뢰가 들어왔고, 제품이 도착하던 날에 Bow ZZ-8 덕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겼다. 오디오 리뷰를 하다 보니 늘 집 내부가 제대로 정리된 적이 없었는데, 정리 안 된 오디오 장식장과 제품 박스로 가득한 집안은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전용 리스닝룸이 없는 평론가라면 일상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항상 불만 가득한 아내의 눈치를 볼 때도 많았지만, 보우 ZZ-8만은 선택 받은 제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왜냐하면 장식장에 제품을 올려놓은 순간 아내의 반응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혹시 이거 팬케이크 굽는 기계 아니에요?" ...

리뷰어의 역할이 있다면 단순히 음질과 스펙적인 분석보다는 신제품에 적용된 새로운 기술력과 기억할 만한 장점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임무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하이파이클럽 리뷰 목록을 살펴보면 평범한 제품들보다는 신중하게 선별된 듯 흥미와 개성이 넘치는 제품들이 중심에 있다. 오디오 전문 웹진으로서의 면모가 확연히 느껴지는 리뷰 선정 과정들이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데, 마치 과제가 항상 준비된 듯한 느낌이다. 서두를 다른 각도로 시작한 이유는 ASR 에미터 I를 보는 순간 잠시 잊고 있었던 리뷰어로서의 역할과 오디오 엔지니어로서의 의욕이 되살아났기 때문인데, 유난히 이 제품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기술력과 사운드가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미 잡지 등을 통해 리뷰가 이루어진 제품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좀 더 살펴볼만한 흥미진진한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올 초 독일에 잠시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독일...

이번에 리뷰하는 에스칼란테의 프레몽이라는 스피커는 사실 구면이다. 이미 에서 오랫동안 높은 점수를 받은 스피커로 정평이 나 있어서 자주 기사를 접한 바 있거니와, 지난 번 아이어쇼에서 본격적인 전시를 한 탓에 자세히 들어봤기 때문이다. 사실 프레몽은 외관상으로 볼 때 그리 높은 점수를 줄 만한 디자인은 아니다. 우리의 일반적인 미적 기준에 비춰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우선 무뚝뚝한 직사각형 디자인부터 눈에 거슬린다. 요즘은 음장형 스피커의 시대. 과연 이런 네모난 상자에 유닛을 넣어 이른바 스테레오 이미지라는 게 과연 재현이 될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또 트위터 부근에 동그랗게 나 있는 무늬는 무엇인가. 인디안처럼 눈가에 장식을 해서 호전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듯한, 심히 거슬리는 부분이다. 거기에 인클로저 양옆에 그린 장식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래저래 디자인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거의 빵점에 가깝다. ...

필자는 많은 제품을 리뷰하지만, 스피커를 리뷰할 때 제일 신이 난다. 아무래도 스피커는 다른 컴포넌트보다 구성이 간단하지만 개성이 제각각이어서 제품 간의 차이가 현격하므로 쓸 말도 많고, 개인적인 호기심도 많이 충족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면 소스 쪽으로 말하면, 약간 부담을 느낀다. 우선 CDP로 말하면 골치 아픈 디지털 관련 용어가 가득하다. 어디 그뿐인가? 트랜스포트에 관련한 공학이나 진동 등의 문제도 공부해야 한다. 이래저래 문과 계통을 나온 필자에게 머리를 쥐어짜는 일만 가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오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스피커가 아니라 소스라고 생각한다. 만일 예산을 짠다면 전원과 소스 쪽에 반 정도를 투자하고 나머지에 앰프와 스피커를 투자하라 말하고 싶다. 하긴 한국의 일반적인 가정환경을 생각하면, 실은 북셀프 정도로도 충분하다. 저역의 문제 때문에 3웨이 톨보이나 플로어 스탠딩을 가지만, 이조차 바닥을 치는 막강...

최근 수년 사이에 스위스 회사들이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거둔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골드문트와 FM 어쿠스틱스 등이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면, 차세대를 이끌 선두 주자는 어느 회사일까? 한두 후보가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최근 신데렐라처럼 떠오른 소울루션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차원의 음향을 개척하고 있는 새로운 강자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신생 업체인 까닭에 이들의 미래를 섣불리 점치기는 힘들지만, 이번에 필자는 720 프리앰프와 710 파워 앰프 세트를 시청하면서 이 회사가 일천한 사업 경험과 부족한 기술력을 그럴싸한 디자인과 엄청난 물량 투입으로 얼버무리려는 ‘초짜’ 하이엔드 회사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앰프는 디자인·음향의 완성도·디자인 등 어느 관점에서 보아도 타의 범접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슈퍼 하이엔드 오디오다운 면모를 이번 시청에서 보여 주었다. ...

제국의 역습, 틸 3.7 오디오 평론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저널이나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를 많이 뒤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전 세계의 많은 평론가들이 쓴 글을 읽게 되는데, 가끔 포복절도할 문장을 발견하면 혼자 키득키득 웃기도 한다. 언젠가는 영국 평론가가 쓴 문장을 보고 한동안 배꼽을 잡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세금과 죽음. 거기에 뭐 하나를 더한다면 OO 제품을 사는 것이다.” 자못 비장하기까지 한 이 문장은 이번에 틸 3.7을 듣는 순간 써먹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이 오디오파일이라면, 아니 적어도 한번쯤은 틸 스피커를 쓴 사람이라면 이번 3.7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만큼 이번 제품은 좋다.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본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지난 10월 5일부터 7일까지 도쿄 인터내셔널 포럼에서 열린 도쿄 오디오 쇼에 갔을 때 제일 놀란 부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