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토템이라는 회사는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지만, 의외로 그 진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적다. 이번 CES에서 우연히 부스를 들린 바 있는데, 무척 키가 크고, 세련된 이미지의 중년 신사가 환대해줬다. 토템을 주재하는 빈스 브루지스(Vince Bruzzese)라는 분으로, 회사를 설립한 시기가 1987년이니, 벌써 30년 가까이 이쪽 업계에서 활동한 셈이다. 그리 확 눈에 띠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기록한 것을 보면, 확실히 이 회사에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실은 스피커 역사에서, 특히 북셀프에서 토템이 이룩한 업적이 상당하다. 특히, 모델 1과 마니 2와 같은 제품은 일종의 전설로 회자될 정도이며, 중고 시장에서 인기도 좋은 편이다. 막상 음을 들어보면 사이즈를 초월하는 저역의 재생과 광대역한 음에 깜짝 놀라게 된다. 따라서 한번 애호가 손에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는 제품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토템에 관심을 둔 이유는, ...

매년 1월 초에 전세계 언론과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큰 홍역을 앓는다. 바로 라스 베가스에서 벌어지는 CES 행사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삼성, LG, 소니, 마이크로 소프트 등 공룡들의 잔치인 데다가 이 엑스포를 주요 상품과 기술의 발표장으로 삼기 때문에, 이 기간에 IT 관련 뉴스들은 그야말로 홍수가 날 지경이다. 당연히 베가스에 집결한 인파는, 어지간한 페스티벌 부럽지 않을 정도다. CES의 메인 행사는 TV, 컴퓨터, 게임, 핸드폰 등 가전이 주류를 이루고, 당연히 라스 베가스 컨벤션 센터(LVCC)가 주 무대가 된다. 따라서 베네시안 호텔에서 별도로 치러지는 오디오 쇼는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이 행사의 규모가 작냐면 절대 그렇지 않다. 오로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트레이드 쇼의 성격이 강하지만, 역시 발 디딜 틈이 없이 성황을 이룬다. 단, 올해의 경우 이상 기후로 인해 동부에 폭설이 잔뜩 내려...

오디오 리뷰를 하다보면 아주 가끔씩, 이거 정말 괜찮네, 하는 제품을 만나곤 한다. 이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가격대비 성능이다. 비싸고 좋은 제품은 많지만, 싸고 좋은 것은 그야말로 가물에 콩 나듯 귀하기만 하다. 그래서 가끔 이런 모델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이번에 소개할 포컬의 CMS 65라는 모델은, 사면 이득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가성비가 대단하다. 설마 가격표를 잘못 매기지 않았을까, 내지는 혹은 페어가 아니라 한 짝 가격만 보고 혼동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쓰면 대개 싼 게 비지떡이라 알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또 포컬 본사에서 제조한, 순수한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점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다. 제3국에서 저렴하게 만든 모델이 절대 아닌 것이다. 실제로 본 기에 대한 찬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기본적으로 프로 사운드 중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하이파이쪽에 포커스를 둔...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테레오파일>지에서 2008년도에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트 더들리라는 평론가가 주도해서, 무려 50여 년전에 나온 기기를 개량한 제품에 <올해의 프로덕트> 상을 줬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디오 제품의 생명력이 길고, 잘 갈고 닦으면 빈티지 대접을 받는 상황이긴 하지만, 최신 제품만을 다루는 이 잡지에서 그런 이벤트를 벌인 것은 아마 최초이자 최후가 아닐까 싶다. 바로 그 주인공은 쇼퍼 모드(Schopper Mod's)라는 제품으로, 토렌스에서 나온 전설적인 명기 TD124를 개량한 버전이다. 말하자면 결코 신제품이 아니다. 일종의 업그레이판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런 찬사를 받은 데에는 좀 이유가 있지 않을까?이 제품을 만든 스위스소노(Swissonor)라는 회사는, 원래 TD124용 플래터를 제작하며 출발했다. 다분히 빈티지 기기와 아날로그에 대한 집착이 강한 듯 보이는데, 그 덕분에 이런 개량판...

ASC (Acoustic Sciences Corporation)라는 회사는 국내 오디오파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것 이다. 하지만 ASC는 3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음향 튜닝재를 만드는 회사로 베이스 트랩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튜브트랩을 내놓은것이 1984년이다. 90년대초 레코딩 엔지니어라는 일에 관한 꿈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유명한 레코딩 엔지니어들의 스튜디오 뒤에는 늘 ASC사의 제품이 있었다. 특히 bruce-swedien 이라는 레코딩 엔지니어는 현대 팝음악 사운드 역사에 있어서 금자탑을 이룩한 유일무이한 존재로 퀸시존스. 마이클잭슨을 비롯한 수 많은 음반에서 이후 수십년이 지나도 퇴색이 되지 않는 멋진 사운드를 창조해낸 사람이다.이 밖에 수많은 유명 레코딩 엔지니어들이 ASC사의 튜브트랩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베이스 트랩" 이라는 존재를 처음알게 된것이 이번에 소개하는 ASC 튜브트랩이라...

시작하며 Harbeth의 Compact 스피커와 필자의 인연은 상당히 오래된 것이다. 1980년대말 대학생이었던 필자는 단골 레코드 가게에서 알게 되어 음악적으로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분들과 클래식 음악 모임을 만들었다. 다양한 직업과 나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큼은 동일한 것이었고 음악동호회니 만큼 음악을 재생하는 장치인 오디오 시스템에도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당시로서 꽤 고급이던 Krell KSP-7B 프리에 80B 파워, Tannoy Canterbury 12 스피커를 운용하고 있었다. 모임의 회장님은 나이가 지긋하신 건축사이셨는데 새로 오디오 시스템을 구입 하시기로 하여 동행하게 되었다. 정해진 예산이 있는지라 인티앰프와 스피커 조합으로 구입하기로 하였고 Off-Line Shop들이 모여있던 세운상가와 용산의 오디오 가게들을 훑고 다녔다. 평소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박스형 스피커들 또한 관심...

그레이스 디자인(Grace Design)은 오디오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인 마이클 그레이스에 의해 설립되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프로 오디오 전문 회사이다. 프로 오디오 분야 내에서도 주로 마이크용 프리앰프 주문제작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데, 마이크용 프리앰프 뿐만 아니라 마이크 관련 컴프레서와 포지셔너, 그리고 모니터링용 컨트롤러까지 점차적으로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레퍼런스 모니터 컨트롤러 제품군 중 엔트리급 모델인 m902/m903 모델은 프로용 제품이면서도 하이파이 및 헤드파이용으로도 과하지 않은 적절한 제품 구성을 가지고 있어, 이미 파워유저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 본 리뷰를 통해 알아볼 m903 모니터 컨트롤러는 m902의 후속 모델로써, 밸런스 라인아웃 추가를 비롯한 몇 가지 개선이 이루어진 모델이다. 외형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도 이 제품은 프로 오디오용으로 설계된 기기임을 느낄 수 있다. 밸런스 라인인(XLR)/...

누가 성급하게 하이엔드 오디오에 종언을 고했던가? 오디오산업의 진보와 다양성에 대해 새삼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 건, 한 편에서는 손바닥 만한 사이즈에 열 조차 나지 않는 앰프들이 세수대야 만한 유닛을 계산된 시간만큼 정확히 움직이고 멈추게 하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1톤이 넘는 우주도착선 모양으로 열 개가 넘는 스피커들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는 앰프들이 개발되어 주인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광대역 사례의 사이에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채워질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려운, 가히 팽창우주에 비견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결국 하이엔드 산업은 쇠락하는 게 아니고, 다만 시장의 요구와 새로운 질서에 따라 개편될 뿐인 것이리라. 대략 진공관앰프를 오디오라는 ‘우주’속의 은하계라고 해본다면 이곳에도 몇 가지 서로 다른 성격의 그룹이 존재할 것이다. 예컨대 생성 이래부터 동일한 기조의 사운드 컨셉을 유지하고 있는 클래식 튜브 그룹과 사전에 알려주지...

과연 이 시대에 요구되는 파워 앰프의 이상은 무엇일까? 워낙 많은 브랜드에서 다채로운 제품이 나오다 보니, 그 디자인과 음과 가격에 홀려서, 가끔 우리는 파워 앰프의 진짜 미덕에 대해 간혹 잊어버리곤 한다. 뭐 그게 그거 아니야 라고 판단하기 쉬운 거다. 일단 언급할 것이 강력한 스피커 구동력이다. 일단 파워 앰프라고 하면, 매칭되는 스피커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갖고 놀아야 한다. 스피커가 꿈쩍도 하지 않는 가운데, 음이 어떻고, 사운드 스테이지가 어떻고 한다면, 진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대출력 앰프만이 이런 장점을 갖고 있을까? 아무래도 소출력보다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가끔 소출력으로도 대형 스피커를 구동하는 경우는 봤지만, 어디까지나 이례적인 현상이다. 또 자세히 들어보면 록이나 오케스트라처럼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하는 장르에선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긴, 모든 오디오파일의 로망은 대형 스피커에 거대한 모노 블록 파워 앰프를 쓰는 것이 ...

오랜만에 도쿄 오디오 쇼를 방문했다. 그간 자주 도쿄를 방문했지만, 특정 회사의 인터뷰나 탐방이 주목적이어서, 요 몇 년간 이 행사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특별히 크렐의 부사장인 피터 맥케이 (Peter Mackay)씨와 인터뷰가 예정되어 급히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크렐(Krell). 정말 말만 들어도 심장이 뛰는 브랜드다. 한때 마크 레빈슨과 하이엔드 업계를 양분해서 천하를 호령하던 회사이고, 지금도 그런 명성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알찬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당연히 간부급과의 미팅이라면 방문해볼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행사장 한쪽의 커피숍에서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속으로 과연 이 질문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은 게 하나 있었다. 얼마 전 크렐을 나간 창업자 댄 다고스티노씨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흔쾌히 그 내용을 소개했다. 이 대목에서 동양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