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었으니, 정말로 옛날 이야기다. 당시 시골에 사시던 할아버님께서 상경해서, 선물을 하나 주려고 하셨다. 그때엔 집집마다 커다란 궤종시계를 장식용으로 쓰는 게 일반적이어서, 하나 사려고 시계점에 갔다. 상담이 잘 이뤄져 드디어 뻐꾸기가 시간대마다 나오는 멋진 제품을 골랐다. 문득 옆에 놓여있던 작은 탁상시계에 눈이 간 할아버님께서 가격을 묻고는 깜짝 놀랐다. 그 작은 녀석이 궤종시계보다 더 비쌌기 때문이다. 당시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많은 제품을 접하면서 이런 결론을 얻게 되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사실 어떤 제품이든 여러 기능을 넣으려면 부피와 무게가 커지기 마련이다. 그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작은 섀시 안에 주요 기능을 망라하면서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충 생략해서 만드는 것은 쉽지만, 일체 타협없이 만든다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오디오 애호가에게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를 낸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하드웨어도 아니고 음악 신호가 수록된 소프트웨어도 아닌데 오디오를 통해서 소리가 재생되는 시간 내내 오디오 재생 퀄리티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전원’을 먼저 떠올리시지 않을까 싶고 ‘룸 어쿠스틱’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을까 싶다. 사실 오디오 애호가 집단에는 전원의 상태를 변경시키는 파워코드나 전원장치에 대한 경험치가 많이 축적되어 있어서 오디오 재생품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전원과 관련된 조치를 취해보고자 할 때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 어떤 것인지 올바르게 지도해 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룸 어쿠스틱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오디오 애호가 집단에 축적된 경험치가 충분하지 않다. 과학적인 근거도 희박하고 부작용만 가져오는 허무맹랑한 제...

오디오파일들에게 원래 ‘락포트’라는 이름은 스탠드에서부터 턴테이블 베이스 전체에 걸쳐 에어 서스펜션 방식으로 설계한 전설의 ‘시리우스 포노그래프’ 로부터 였다. 현 시점에서 보아도 그 존재감이 퇴색하지 않아 보이는(본 제품은 여전히 주문자 방식 생산 중이다) ‘시리우스’는 90년대 초반 당시의 상황에서는 가히 가공할만한, 기존 개념을 뛰어넘는 플레이어였고, 현재의 소위 ‘공중부양’ 아날로그 플레이어들은 ‘시리우스’가 그려놓은 좌표 위에서 생성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락포트 테크놀로지(Rockport Technologies)의 설립자 앤디 파요르(Andy Payor)는 짐작컨대 지향점이 높은 일종의 완벽주의자 기질을 가진 인물이 틀림없다. 추후 언급하겠지만, 제품의 마감 방식과 시청실의 설계에 이르기까지 극성스러운 수준의 치밀함이 발휘되어 있다. 그러니까, 본인의 눈과 귀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고, 일정과 양산을 이유로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 그런...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의 오디오를 접하면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몇 가지 충격적인 시청 체험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가 1980년대 말, 이른바 스튜디오 모니터를 처음 접한 것이다. 당시 나는 모 영화잡지사의 기자로 일하면서, 영화뿐 아니라 음악을 담당, 여러 라이센스 레코드사를 다니며 음반도 얻고, 리뷰도 쓰는 일을 했다. 그 중에 지금은 사라진 모 음반사를 자주 다녔는데, 여기는 록이나 재즈는 약하지만, 대신 가요가 상당히 셌다. 마침 녹음이 없이 쉬는 중이어서 나는 문예부(당시 홍보 및 레퍼토리 담당을 이렇게 불렀다) 과장님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음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외제 오디오라고 해봐야 AR이나 매킨토시가 전부인 시절에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거대한 스튜디오 모니터에서 쏟아지는 음의 홍수는, 완전히 혼을 빼놓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아, 이런 것이구나. 이게 바로 프로가 듣는 음이구나. 이런 충격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되었는데, 이때...

혹시 베니스에 가본 적이 있는가? 화려한 물의 도시 베니스는, 한때 아드리아해를 호령했던 역사 덕분에 곳곳에 엄청난 유산이 산재해 있다. 특히, 그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산 마르코 광장 주변은 수많은 영화에 등장할 만큼 유서가 깊고, 촘촘히 들어선 커피숍과 레스토랑의 광경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거기에 멜랑콜리하게 마음을 적시는 악사들의 연주라니! 이 광장의 핵심은 바로 두칼레 궁전. 15~16세기 한껏 영화를 누릴 무렵의 산물로 무려 96미터나 되는 종탑과 500여 년간 시간을 알려준 시계탑 등을 골자로 한다. 구석구석 황금으로 장식되어 햇살이 밝은 날이면 눈이 부실 지경이다. 한데 이 궁전 너머로 작은 섬이 하나 있고, 그 섬의 이름을 따서 지은 [산 조르조 마조레 교회]에 눈길을 주는 분은 별로 없는 것같다. 아니, 무척이나 수려한 외관을 보고 잠시 시선을 빼앗기겠지만, 주변에 너무 볼거리가 많아 금세 다른 쪽을 둘러봤을 것이다. ...

경영학 개념에 경험곡선 (Experience Curve) 이라는 것이 있다. 학습곡선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서 누적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단위 생산 코스트도 일정 비율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를 이끈 황창규 선생의 “황의 법칙”도 이와 유사하다면 유사한 개념이라고 하겠는데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공격적(?) 가설이었다. 지금의 모바일, 디지털 CE (Consumer Electronics) 제품의 발전 속도를 감안한다면 “황의 법칙”조차 매우 보수적인 예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렇다면 디지털 곡선, 디지털의 법칙도 존재하는가. 디지털 오디오의 지난 몇 년간을 돌이켜보면 한마디로 말해서 가격대비 퍼포먼스나 성능의 개선이 -약간 과장을 한다면- 실로“일취월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수천만 원대의 플래그십 기기에서나 가능했던 기술적 특성과 사운드 퀄리티를 손바닥...

요즘 4K가 화두다. 4K라고 하면 대체 뭐냐고 묻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아직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오디오파일이라면 대략 파악하고 있을 듯싶다. 아직 4K용 소프트가 정식 발매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기존의 DVD나 블루레이를 4K급으로 업샘플링해주는 기기가 나오고, 다양한 프로젝터와 디스플레이가 실제 판매되는 상황이니, 곧 우리 주변에 빠르게 전파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7월 초에 열린 쿠알라룸푸르 오디오 쇼에 다녀왔다. 말레이시아쪽 수입상과 안면이 생긴 것을 기회로 다녀왔는데, 오디오도 오디오지만 특히 4K 관련 기기들을 많이 살펴봤다. 특히 소니나 파나소닉, JVC 등 일본 기업에서 내놓은 프로젝터에 눈길이 많이 갔다. 바코의 삼관식 프로젝터를 보고 잠못 이룬 시절이 어제같은데 벌써 4K라니, 참 세월 한번 빠르다. 아무튼 여기서 나는 200인치의 대화면이 주는 박력과 섬세한 디테일, 어마어마한 정보량에 완전히 녹아웃되고 말았다. 특...

작년 8월 초, 홍콩 쇼에 갔을 때의 일이다. 어느 부스에 들어갔더니 많은 애호가들이 앞다퉈 카메라를 꺼내들고 찍고 있었다. 무슨 제품을 찍나 싶어 살펴봤더니, 웬걸 어떤 아저씨를 찍고 있었다. 마치 그 모양새가 무슨 무비 스타나 팝 스타와 같았다. 알고 보니 제프 넬슨씨다. 나를 보더니 약간 계면쩍은 듯 미소짓는다. 나중에 시간이 나서 다시 넬슨씨를 보러 갔다. 부스엔 윌슨 오디오의 알렉산드리아 신작이 볼더의 기어에 물려 멋지게 구동되고 있었다. 마치 대해를 앞에 놓은 듯한 여유로움에 빠른 반응, 넓은 다이내믹스. 현대 하이 엔드가 추구하는 음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표현한 것으로, 듣고 있으면 그냥 빨려 들어간다. 사실 홍콩 쇼가 좋은 이유는, 많은 설계자들이 방문하지만 부스 진행은 수입사가 담당하기 때문에 비교적 그들이 한가하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시장 전체를 겨냥한 쇼인 만큼, 각 나라에서 온 디스트리뷰터와 만남이 끊이지 않는다...

오디오 컴포넌트 중에서 과연 프리앰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또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중 어떤 게 더 중요할까? 프리가 만들기 쉬울까 파워가 쉬울까? 지금과 같은 디지털 오디오 시대에 과연 아날로그 프리앰프가 무슨 존재 가치가 있을까? 프리앰프와 음악성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아마도 프리앰프에 관한 수많은 의문이 나올 수 있는데, 아직도 시원하게 답이 나온 질문은 하나도 없다. 그런 면에서 프리앰프는 오디오 컴포넌트 중에서 가장 신비하고, 미스테리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아직도 딱 떨어지는 프리앰프가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파워 앰프나 스피커는 쉽게 추천하지만, 프리앰프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그러므로 대개 파워 앰프와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튜닝으로 만들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물론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막상 프리앰프만 따로 찾는다면 쉽게 결론을 얻기 힘들다. 그런 ...

스피커를 구입할 때 다음의 두 가지 옵션에 항상 고민하는 애호가가 많을 것 같다. 그것은 같은 가격으로 양질의 북셀프를 사느냐 혹은 저역이 강화된 톨보이를 사느냐다. 사실 빠듯한 예산으로 뭔가 만족할 만한 음을 내기 위해서라면, 저역이 보장된 톨보이가 유리하지만, 잘 만들어진 북셀프의 빼어난 해상력과 치밀한 디테일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왕창 돈을 들여 대형기를 산다면, 이런 고민에서 해방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아무튼 이런 고민을 더욱 혼란에 빠트릴 무시무시한(?) 제품이 하나 등장했다. 바로 포컬에서 나온 1008 Be라는 모델이다. 이것은 포컬이 자랑하는 엘렉트라 시리즈의 일환으로 나온 만큼, 상급기의 장점이 가감없이 투입되어, 어지간한 톨보이는 가볍게 제압하는 내용을 갖고 있다. 만일 이 음을 듣는다면, 주저없이 선택할 분이 꽤 되리라 확신한다. 사이즈, 퀄리티, 가격 등 여러 면에서 장점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