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장을 정리하다 오디오 잡지 몇 권이 불쑥 튀어나왔다. 예전에 없애버린 줄 알았는데, 용케도 이 녀석들은 숨어서 화를 면했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모 평론가가 영국에서 오디오 숍을 돌아다니며 느낀 점을 쓴 기사를 발견했다. 이 기사가 쓰여진 시대가 80년대 말이었으니, 당시의 일천한 우리 오디오계에 얼마나 큰 파괴력을 전달했는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 여기서 글을 쓴 평론가는 오토 클렘페러의 음반을 적극 추천하던 레코드 숍의 매니저라던가 싼 가격에 코벤트 가든을 방문한 일 등을 소개하며 레드포드 앰프에 만족한 일화를 적고 있다. 그러면서 끝 부분에 켄 케슬러를 등장시켜 그의 오디오 관을 피력하고 있다. 이 중 눈에 띠는 것이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 흔히 GIGO로 통하는 이론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할까 ? 소스가...
국내외에서 Stello 라는 브랜드로 한국 하이엔드 오디오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는 에이프릴에서 이번에 Aura 라는 브랜드의 새로운 제품 “note” 를 출시하였다. 그동안의 오디오파일 지향의 전문적인 제품에서 약간 다른 컨셉의 Aura note 라는 올인원 시스템이다. 고급스러운 크롬도금 마감의 현대적 디자인 속에 영국풍의 우아한 분위기도 연출하는 Aura note는 듣는 즐거움 외에도 보는 즐거움까지 철저하게 고려되어 설계되었다. "생활속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케네스 그란지가 디자인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 하며 에이프릴에서 이 제품에 쏟은 정성과 의지를 엿볼수 있다. 전면 패널은 꼭 필요한 기능만을 구비한 심플한 배치가 돋보인다. 좌측에는 전원버튼, 볼륨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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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대형기와 중형기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 단순히 음량을 크게 틀 수 있고, 사이즈가 크다는 점만은 아닐 것이다. 엄밀히 말한다면, 10평 이상이냐 이하냐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일 10평 이하의 공간이라면 대략 중형기 정도가 알맞을 것이다. 대형기라고 해도 에너지가 넘치는 쪽보다는, 차분하게 음장을 형성하면서 공격적이지 않는 음이 될 것이다. 반면 10평이 넘는다면, 이쪽으로 소리가 도달해야 한다는, 다시 말해 에너지의 문제가 중요해진다. 과거의 혼 타입 스피커들이 극장이나 콘서트 홀과 같은 어마어마하게 큰 공간을 상정해서 설계되었음을 감안하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여기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대형이라도 어떤 공간에 넣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전에 데이빗 윌슨하고 인터뷰할 때 이런 말을 들었다. 그랜드 슬램이나 알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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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피커쪽의 커다란 흐름 중의 하나는, 별도의 파워 앰프를 달아 저역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스피커 운용에서 가장 애를 먹이는 저역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유저 입장에서는 중고역이 내는 음색이나 개성에 더욱 몰두할 수 있다. 실제 이런 형태의 스피커를 들으면 대개 수준 이상의 음이 나온다. 양질의 파워 앰프로 저역을 콘트롤해야 질이 좋은 저역이 나온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꽤 되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 그러므로 이 스피커는 앰프쪽에 어느 정도 저축을 하고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일단 모차르트를 듣고 한 방 먹었다. 분명 대형기지만, 그 스피드에 있어서는 아큐톤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 못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투명하고 영롱해서 듣는 재미가 남다르다. 공간을 가득 채운 소리가 이렇게 순발력까지 갖춘 경우는 드물어서 다시금 스피커를 바라보게 한다.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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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유닛이 바로 아큐톤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아큐톤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들을 들어두는 편이다. 이번 제품은 이소폰으로서는 플래그쉽 모델로, 오랜 스피커 메이커로서의 관록과 노우 하우를 듬뿍 담은 야심작이다. 역시 음을 들어보면 젊고 풋풋하다. 이전까지 들었던 소리들이 30대의 농염한 여인들이라면, 이 모델은 10대 말, 한참 세상이 즐겁고, 모든 것이 아름다운 소녀라 할까. 그렇다고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저역 콘트롤에 독자적인 테크닉을 발휘해서 음영도 적절히 나온다. 사실 아큐톤의 특성상, A 클래스의 파워 앰프는 별로 어울리지 않지만, 여기서는 의외로 조합이 좋았다. 모차르트의 CD에서 왼쪽 채널을 가득 채우는 풍윤하고, 선이 분명한 바이올린 소리는 아큐톤만이 낼 수 있는 소리다. 개인적으로 매우 선호하는데, 역시 이 스피커에서...
개인적으로 이번 시청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스피커가 아닐까 한다. 심하게 말하면 갖고 있는 실력의 30%나 발휘했을까 ? 램이나 볼더를 물렸을 때의 엄청난 음장과 저역의 에너지를 감안하면, 이상하게도 이번 시청에선 답답하고, 대역이 좁은 소리가 나왔다. 역시 매칭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모차르트의 경우, 바이올린 음색이 매우 중립적으로 다가온다. 대신 저역은 좀 더 풍부해서 피아노는 왼손으로 두드리는 모습이 좀 더 명쾌하게 포착된다. 모니터적으로 정확한 소리라 할까 ? 기본적으로 스카닝 15인치를 넣은 4웨이 스피커로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잡힌 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다. 나 윤선을 들어보면, 초반의 피아노 연주가 잔잔하게 펼쳐지면서 다소 슬픔을 머금은 그녀의 목소리가 처연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약간 밝은 스트라디바리에 비해, 이...
한때 윌슨 오디오와 함께 하이 엔드 스피커계를 양분했던 이글스턴 웍스가 발표한 대형기가 바로 사보이다. 그간 오디오 리서치나 볼더 등과 연결한 음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진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리폰과의 매칭이다. 이전 조합들이 다소 공격적이고, 해상력 위주였다면 여기서는 보다 차분해지고, 음악적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매칭이었다. 모차르트를 들으면, 우선 매우 투명한 음에 놀라게 된다. 바이올린에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으며, 약간 풍윤하면서도 질감이 좋은 소리가 나온다. 피아노의 존재감도 훨씬 살아나서 한쪽이 솔로에 들어가면 다른 쪽이 반주를 맞는 등 교대로 주고받는 대목이 일목요연하게 포착된다. 나 윤선은 인트로의 피아노 반주부터 틀리다. 손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명쾌하게 포착되면서 그녀 특유의 하늘거리는 목소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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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의 경우, 우선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이 바이올린이다. 워낙 바이올린 재생에 정평이 있는 메이커지만, 이렇게 강력하면서 펼침이 좋은 음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무척 섬세해 보잉하는 손놀림이 눈앞에 펼쳐질 정도로 음 하나하나가 깊이 각인된다. 반면 다소 풀어진 듯 배후에 흐르는 피아노의 울림은 좀 평이한 인상. 녹음 연도가 오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를 들어보면, 역시 나윤선의 목소리가 강력하게 공간을 장악하는 부분이 뇌리에 남는다. 깊은 뱃심으로 강하게 발성하다 목으로만 간질간질 약하게 속삭이는 등, 그녀의 다양한 테크닉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듣는 쪽에선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인트로의 피아노가 들려주는 영롱한 울림이나, 뒷 공간 가득 펼쳐지는 화려한 브러쉬 웍, 적절한 양감으로 바닥을 두드리는 킥 드럼에 이르기까지 하이 ...
높은 천장에 튼실한 바닥 그리고 20평쯤 되는 공간. 주변은 쥐죽은 듯 조용해서 아무리 볼륨을 울려도 저음이 벙벙대거나 이웃에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 이런 곳에 어울릴 스피커라면 당연히 대형이어야 한다. 말러나 브루크너를 쾅쾅 틀어대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 재생음의 극한을 추구한 쾌락을 맛보고 싶다. 아마 어떤 오디오 애호가를 붙잡고 물어봐도 이 두 가지 로망을 꿈꾸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바로 넓은 시청실과 대형 스피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필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지 못했다. 아마 이 글을 읽은 많은 분들도 이런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오디오 애호가들은 이상한 기질이 있어서, 비록 두 가지 로망은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 가지쯤은 이루고 싶어한다. 아무래도 전용 시청실을 마련하는 것은 워낙 단위가 크기 때문에 꿈도 꿀 수 없...
5-6 년 전쯤 일이다. 우연히 인수하게 된 마틴로건 Sequel 을 거실에 놓고 이왕 이리 된 거 AV 나 해보자 하고는 , 아는 샵에서 구박 받고 있던 돌비 프롤로직 앰프를 넘겨 받아 AV 를 시작을 했다 . 덕분에, 그나마 리뷰어중에 AV 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잡지사에서는 매월 정신 없이 쏟아지는 AV 기기를 보내오는 통에 고역을 치른 적이 있다. 힘들었지만 재미난 기계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매일 틀어대는 영화에 정작 신이 난 것은 식구들이었다. 이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AV 를 하기로 했다 . AV 시장이 정점에 달했을 시절 , 그간의 축척 된 노하우로 DVD 플레이어와 AV 리시버를 고르고 막 쏟아져 나오는 720-1280 의 프로젝터를 달고 VCR 을 연결했다 . 어차피 공중파를 많이 보지 않기에 위성 방송 등은 설치 않았지만 컴퓨터와 게임을 좋아하기에 DVI 로 HTPC 를 연결하기로 ...
하이파이 클럽의 시청실이 이전 했다는 소식에 주말을 이용하여 잠시 방배동을 들렀다 . 예전 역삼동의 좁은 공간과 달리 넓은 시청 공간을 보는 순간 동호회에서 출발하여 오디오 전문샵으로 성장한 하클의 모습이란 생각에 비록 지금은 침체된 하이파이 시장이지만 다시 한번 예전의 부흥을 일으킬 것 만 같은 기대로 부풀어 올랐다 . 매장 이전을 위한 별도의 선물보단 리뷰어로써 리뷰가 선물이 되고자 우연히 DK 제품에 귀를 기울였다 . 우선 이 제품의 리뷰 전 서막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 글로벌 시장을 살펴보면 마치 유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듯 최근의 하이엔드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제품에 대한 열풍이 인티앰프리파이어를 중심으로 조금씩 제품화 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하이파이 제품 중 카운트포인트가 하이브리드형 프리를 세상에 처음 소개한지 벌써 20 여년의 세월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 그 당시에는 상상만으로만 가능하였던 고출력 하이브리드 앰프가 이제...
ASR 오디오시스템스 프리드리히 셰퍼라는 꽤 긴 정식 명칭을 갖고 있는 ASR 오디오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독일 회사이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독일 남서부 헤르본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ASR 오디오는 1980년 프리드리히 셰퍼가 설립한 이래 현재까지 에미터라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시리즈에 집중해 온 독특한 회사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설립자인 셰퍼의 경력과 회사 연혁 등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독일어 홈페이지에 PDF 파일로 올려놓은 영문 보도 자료에 따르면, ASR 오디오는 별다른 회사 소개 없이 ‘진공관 앰프 특유의 자연스러운 음악성과 현대 트랜지스터 앰프 특유의 정확성과 강력한 힘을 결합한 음향'을 추구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 회사가 추구하는 음향 철학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회사 소개에 인색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ASR 오디오는 그리 만만히 볼 회사...
필자의 오디오력을 보면, 상당히 많은 북셀프 스피커가 거쳐갔음을 알 수 있다. 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바꿈질을 시작했는데, 이 때부터 숱한 북셀프와 만났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인상에 남는 것은 어쿠스틱 에너지의 AE2라던가 셀레스천의 SL700과 같은 모델로, 모두 음장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러나 대개의 북셀프는 대역이 좁고, 서비스 에어리어가 한정되어 여러 모로 사용상의 난점을 수반한다. 잘만 세팅하면 뛰어난 스테레오 이미지와 좋은 밸런스를 구축할 수 있지만, 그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겪게되는 여정은 웬만한 하이 엔드 스피커를 방불케 한다. 오히려 음장이나 밸런스 등을 무시하고 그냥 분위기만 내자고 들면, 대형 스피커가 다루기 편한 점도 있을 정도다. 그래도 기술이 꽤 진보하여, 이젠 톨보이나 대형기 못지 않은 북셀프들이 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가격을 불문한다면 꽤 눈에 띠는 모델들도 보인다. 예를 들어 국내에 소개되지 ...
1939년, 재팬 일렉트릭 레코더스 매뉴팩처링(Japan Electric Recorders Manufacturing)의 영업용 오디오 부문에 소속된 일군의 엔지니어들이 독립한다. 원래 이 업체는 NHK를 비롯, 여러 방송국에 턴테이블과 카트리지, 테이프 레코더 등을 개발, 납품하고 있었다. 심지어 디스크 레코더와 디스크 커팅 머신 등을 개발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던 터라, 이들의 장래는 결코 어둡지 않았다. 결국 덴키 온쿄(Denky Onkyo)에 합병, 1947년 덴온(Den-on)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하며 본격적인 신화가 시작된다. 덴-온이 유명해진 데에는 1951년, 세계 최초로 MC 카트리지를 발명하면서부터다. 이것은 7년 후, 스테레오 버전으로 업 그레이드되면서 큰 호응을 얻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전문가용 테이프 레코더, 오픈 릴 테잎 기기 등을 생산하면서 음향 전문 회사로 발돋움한 덴-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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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품의 시청이 끝나고, 세팅을 위해 10여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질 때, 시청에 참석한 평론가들이 한 마디씩 한다. “이거, 무슨 세미나에 온 것 같아.” “평소 이렇게 집중했으면, 벌써 출세했겠다.” ...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또 나름대로 메모와 평을 해야 하니, 이만저만 피곤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출품된 제품 모두 한 가락 한다는 명품들이므로, 그냥 대략의 판단으로 넘어갈 수 없다. 덕분에 위에 준비된 CD 말고도 여러 음반들이 중간에 올려졌다. 미진한 제품은 나중에 파워 앰프를 바꿔서 걸어보기도 하고, 케이블이나 시청 공간에 대한 평도 이어졌다. 국내에서 이만한 시청 환경도 드물지만, 역시 이런 급의 제품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선 요구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런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이런 비교 청취의 행사는 한 달을 진행해도 끝내지 못할...
